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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학 졸업 요건이던 수영 시험의 폐지

세상이모저모

by 사월짱 2023. 6. 2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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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아이비리그에 속하는 다트머스 칼리지가 지난 2022년 9월 입학생부터 졸업 자격으로 수영 시험을 폐지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 동안 수영테스트가 중단된 후 다트머스 교수진은 체육이나 건강 관련 3학점을 이수하도록 하는 대신에 요구 조건을 없애기로 결정했습니다.

 

미국대학-수영시험-썸네일
수영 이미지 출처: 픽사베이

 

미국대학이 수영테스트를 도입하게 된 배경 파헤치기

미국 일부 대학에서는 여전히 졸업요건으로 수영을 내겁니다. 수영 테스트를 거쳐 통과해야만 졸업을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많은 신입생들이 되도록 1학년 때 수영 테스트를 봐서 일찍 졸업 요건을 충족시켜 놓습니다. 마치 한국 대학에서 토익 시험 몇 점을 넘겨야 졸업이 가능하다고 하는 조건과 비슷합니다. 누군가 당신에게 “수영 시험을 보고 통과해야 너 졸업할 수 있어,”라고 말하면, 분명 이게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고 버럭 화를 낼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그만큼 우리 정서에서는 이해가 안 되는 졸업 요건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왜 이런 졸업 요건이 생겼으며, 하필 왜 수영일까요? 그래서, 열심히 구글의 힘을 빌어 찾아보았습니다.
 
첫 번째로 수영을 못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당연히 누군가 나를 발견해서 구해주지 못하면, 물에 빠져 죽겠죠. 미국의 익사사고 수를 찾다 보니 구글이 친절하게 CDC로 안내를 합니다. 가끔 운전하다 ‘네비님’께서 이상한 길 안내하듯이 하지 않아서 다행입니다. 느낌이 아주 좋습니다. 잘 찾은 것 같습니다.
CDC는 미국의 질병예방관리본부(Center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로, CDC에 따르면, 익사 사고를 아이들의 주요한 사망의 원인으로 보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1~4세의 많은 아이들이 어떤 다른 사망 원인보다 익사로 죽고 있고, 5~14세의 아이들은 익사가 오토바이 사고 다음의 사망원인이라고 합니다. 아이들이 익사로 높은 위험에 빠져 있지만, 사실 누구나 물에 빠져 죽을 수 있습니다.
매년 미국에서는 4천 명 이상의 치명적인 의도치 않은 익사사고가 발생하며, 하루 평균 11명이 익사를 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8천 명 정도가 치명적이지 않은 익사가 발생하는데 하루 평균 22명이 겪는다고 해요. 그래서, 생존 수영은 미국 사회에서 아주 중요합니다. 체육을 교육에서 아주 중요시하는 미국이라면, 수영 시험을 교과과정에 집어넣는 것은 일도 아니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그리고, 과거에 수영테스트를 시행했다던 하버드대를 위주로 살펴보니, 한 여성이 눈에 띕니다. 엘리너 엘킨스 와이드너(Eleanor Elkins Widener)라는 미국의 사교계의 명사이자 상속인, 자선가이자 모험가였다는 그녀의 생애를 찾아봤습니다. 그녀가 1862년에 태어나서 1937년에 돌아가셨으니 75년 동안 무슨 일이 있었을까 이번엔 위키피디아 차례입니다. 뻔뻔한 거짓말쟁이 챗GPT는 다음 기회에 이용해 보기로 합니다.
엘리너의 성이 후에 Widener가 아니라 Rice로 바뀌어 있던데 재혼이었나 봅니다. 하버드 교수이자 외과의사, 탐험가였던 알렉산더 라이스 주니어(Alexander Hamilton Rice Jr.)와 재혼을 했고, 아마존 탐험을 포함해서 여러 탐험해 동행했다고 합니다.
엘리너는 하버드 대학의 와이드너 도서관(Widener Library)의 기부자입니다. 첫 번째 남편 조지 와이드너(George Dunton Widener)와 첫째 아들 해리 와이드너(Harry Elkins Widener)가 RMS 타이타닉호 침몰로 사망을 하는데, 그녀의 장남 해리 엘킨스 와이드너를 추모하기 위해 하버드 대학교에 기부를 한 것이었습니다. 1912년, 최초이자 최후의 항해로 역사에 깊게 남아있는, 침몰한 타이타닉호의 피해자가 그녀의 가족이었다니 놀랍고 안타까운 일입니다.

공교롭게도 지금 한참 캐나다 앞바다에서 실종된 타이타닉호 관광용 '타이탄' 잠수정 얘기로 북미는 시끄러운데 또 타이타닉호가 의도치 않게 거론되었습니다. 제발 다섯 명 모두 안전하게 속히 구조되었으면 합니다. 

 
엘리너 역시 가족과 함께 필라델피아에 있는 리츠 칼튼의 새 호텔에서 일할 주방장을 찾기 위해 파리 여행 중이었습니다. 미국으로 돌아가는 길에 배가 침몰했고, 가족 중에 엘리너와 그녀의 하녀만이 살아남았다고 하네요.
사고 후에 하버드에 350만 달러를 기부했는데, 그게 현재는 7천만 달러의 가치가 있는 금액이라고 합니다. 하버드 대학에 ‘Harry Elkins Widener Memorial Library’라는 이름으로 도서관을 지어달라고 했다는데요. 아들 해리가 희귀하고, 가치 있는 책을 모으는데 관심이 많았고, 1907년에 이미 하버드 칼리지를 졸업했다고 합니다.
그녀는 아들이 수영을 할 수 있었다면, 살아남았을 것이라고 믿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해리의 죽음이 하버드 학생들의 수영 시험에 영감을 준 것이라는 이야기가 널리 퍼졌다고 하는 설이 있습니다. 이것도 일부에서는 터무니없는 얘기라고 주장합니다. 이미 수영시험은 해리 와이드너가 하버드에 입학하기 전부터 치러졌다고도 하기에 어떤 게 진실인지 알 수 없습니다.
 
미국의 온라인에서도 여러 의견이 분분합니다. 몇몇 학교에 존재하는 것으로 보이는 이론으로 ‘한 학생이 익사했고, 그 학생의 부유한 가족이 수영 안전을 가르치는 조건으로 학교에 돈을 기부했다’라는 소리가 떠도는데 하버드 얘기였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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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추측은, 20세기 초에 당시 대부분 남성이었던 대학생들이 수영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국가적 노력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군사적 준비와 체력이 상당히 필요한 시기의 세계 대전과도 일치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전쟁에 투입하기 전에 준비 훈련으로 수영을 가르쳤을까 싶다 가도 아예 근거 없는 소리는 아니다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유대인(Jewish)들의 신앙이자 율법서인 '탈무드(Talmud)'에는 아이들이 배워야 하는 가장 중요한 세 가지가 있는데 그중에 하나가 수영이라고 합니다. 하버드  학생 중 약 10퍼센트가, 콜롬비아대 22퍼센트,  다트머스는  8.8퍼센트가 유대인이라는 최근 데이터만 봐도, 미국을 이끄는 힘은 소수의 엘리트라고 하니 아주 오래 전에 수영시험이라는 것도 이 영향을 받지 않았을까 조심히 추측해 봅니다.
 
여기까지 살펴본 바, 미국 대학과 칼리지에서 수영 시험이 생긴 구체적이고 명확한 기원은 찾기 어려웠습니다. 그냥 경쟁적인 이론만 인터넷상에 떠돌고 있는 것 같습니다. 20세기 후반에 미국의 많은 대학들이 졸업 요건에서 수영을 빼기 시작했습니다. 앞서 언급한 다트머스 칼리지는 한참 늦게 결정한 편에 속합니다.
 

수영 테스트를 여전히 졸업 요건으로 하는 미국 대학들

그렇다면, 여전히 수영 시험으로 학생의 졸업에 발목을 잡는 대학 및 칼리지는 어디일까요?
1977년도에는 미국 대학과 칼리지의 42%가 수영 시험이 있었다고 하는데요. 지금은 콜롬비아대, 코넬대, MIT, 브린마(Bryn Mawr) 칼리지, 스와스모어(Swathmore) 칼리지 등이 있습니다.

 

수영 테스트를 없애는 미국 대학들과 수영 시험이 꾸준히 논쟁 중인 이유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겠지만, 코로나를 겪으면서 미국의 많은 대학들이 학생의 교육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대면식으로 하는 수업은 엄청 난처한 일이었겠죠. 수영 시험은 직접 만나서 해야 하는데, 수영이라는 종목 자체가 전염성 질병에는 그리 안전하지 않습니다. 다트머스 칼리지도 코로나 이전부터 수영 시험을 계속 볼지 말지를 토론을 한 적이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코로나 이후 2022년 9월에 들어오는 학생부터 졸업 자격으로 수영 시험을 보지 않겠다고 얘기가 된 것이고요. 이들이 졸업하는 2026년에 정말 무사히 졸업하였는지 확인 한번 해보면 더 확실하겠습니다.
 
다트머스 칼리지는 작년 9월에 없애겠다고 했고, 그전에 없앤 학교를 보면, 윌리엄 칼리지가 2022년에, 노트데임(Notre Dame)이 2014년에, 시카고 대학이 2012년에 UNC 채플힐이 2006년에 수영 시험을 제거했습니다. 하버드는 1969-1970년 대학 카탈로그에 졸업 수영 조건이 언급되어 있었다고 하고요. 1974-1975년에는 없었다는 것을 보면, 그즈음에 사라진 게 아닌가 싶습니다.
 
기존에 있던 수영 테스트를 왜 없애려고 하는 걸까요?
수영을 하려면 수영장이 필요합니다. 수영장은 만들기도 힘들지만, 유지 관리비도 많이 듭니다. 많은 사람들이 졸업 요건으로 수영 시험을 계속하는 것을 반대하는 주요 이유 중 하나가 저소득층 학생, 흔히 과소 대표 소수자(Under-Represented Minority)라고 불리는 사람들에게 너무 불리한 조건이라는 데 있습니다. 이들이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수영장에 가고 정기적으로 수영 레슨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기에 수영 시험은 어쩌면 그들에게는 너무 사치스럽고 불공평하게 느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다양성을 존중하는 미국이라면, 위의 이유로도 충분히 없앨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와 다른 미국의 체육(PE) 수업

여러분들은 수영을 어느 정도 하시나요? 저는 어렸을 때 저수지에서 개 헤엄치며 놀았고, 대학 때 두 달 수영장에 다니며 배운 게 전부라서 물에는 뜨겠지만, 몇 미터 나갈 것 같지 않습니다. 그런데, 수영 못한다고 어렵게 들어온 대학에서 졸업을 못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미국 사회에서는 체육(Physical Education, P.E.)을 아주 중요하게 여깁니다. 미국도 공교육 12년은 무상교육인데요. 저 P.E. 는 초등, 중등, 고등학교 다니는 내내 학교 교과과정에서 빠지지 않습니다. 그리고, 체육 시간에 하는 흉내만 내지 않고, 실제로 학습 계획에 따라 수업을 진행합니다. 미국에서 고등학교 교과과정을 마치려면, 주마다 약간씩 다르지만, 필수 과목에는 어김없이 영어, 수학, 과학, 사회, 체육이 등장합니다. 필수과목과 학생이 선택하는 선택과목 등 교과 과정을 성공적으로 이수해야 디플로마(졸업장)를 받을 수 있는데, 선택과목이 아니고서는 PE를 건너뛸 수 없습니다.
 
우리는 어땠지 잠깐 생각해 볼까요? 지금 세대는 잘 모르겠지만, 수능을 봐야 하는 고3때는 체육시간이 그냥 자습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운동장이나 강당에서 하는 진짜 체육활동은 고등학교 2학년이 마지막이었던 것 같습니다. 아마도 더한 학교도 있지 않았을까 싶은데요. 시골 학교였는데도 고 3 때 예체능인 음악, 미술, 체육 수업을 제대로 했는지 기억이 안 납니다. 대부분 자습으로 대체해서 시험풀이 문제집 열심히 보라고 시간을 줬던 게 기억이 납니다.
체육복 갈아 입는 것이 귀찮았지만, 나름 체육은 바깥공기를 마실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체육 선생님을 보지도 못하고, 배드민턴도 못 치고, 자습을 해야 해서 나름 불만도 많았던 걸로 기억합니다.
 
체육을 필수과목으로 반드시 넣는 이런 미국인데, 대학 졸업 요건으로 ‘수영 테스트에 통과를 못하면 졸업을 못한다’는 우리 생각엔 터무니없는 이 조건이 어쩌면 너무 당연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수영 시험은 없앨 수도 있지만, 역시 유지할 수도 있다는 소리이니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남의 나라 얘기니 그냥 흘려 넘겨 보렵니다. 
 
수영 테스트를 도입하고 있는 미국 대학들의 수영 시험의 난이도가 학교에 따라서는 그리 높은 것은 아닙니다. 50야드 앞으로 나갈 수 있으면 통과인 학교도 있었습니다. 50 야드면 약 46m 정도 되는데요. 대회용 수영장 길이가 50m이니까 한 번은 헤엄쳐서 가야 하겠네요. 시간제한이 없는 시험이라 천천히 가기만 하면 통과입니다. 그리고, 질병이 있거나 장애가 있는 학우들은 테스트 면제가 가능합니다.
이런 수영 시험을 국내 대학에 도입하면, 아마도 시끄러워지겠죠? 토익 통과도 힘들어 죽겠는데, 수영장 인프라가 그리 좋지 못한 국내는 너무 어려운 일일 것 같습니다. 이번 편은 그냥 ‘수영시험 통과 못하면, 졸업 못하는 일부 대학이 미국에는 존재한다. 그것도 아주 명문인 대학에서.’라고 이해하시고 봐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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