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같은 갈등 속에서 올해 2023년 US News & World Report 로스쿨의 랭킹에서는 예년과 같이 예일과 스탠퍼드가 공동 1위, 시카고대가 3위, 하버드와 유펜이 그다음 공동 순위를 차지했습니다.
US News & World Report 2023-2024년 풀타임 MBA의 순위 발표에 관련해서 앞선 포스팅을 확인하셨다면, 이어서 읽으시면 됩니다. 올해 US News의 MBA 순위가 궁금하고, 이 글의 요지를 잘 모르겠다면, 아래를 클릭해서 이것 먼저 읽고 돌아오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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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언론은 대학 순위를 발표하는 US News라는 미디어와 명문 대학교 간의 힘겨루기라는 말이 있습니다. 언론사의 대학 순위 산정 방식을 놓고, 명문대학과의 갈등은 사실 하루 이틀이 아니었습니다. 더 내부를 자세히 들어봐야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알 수 있습니다.
예일대는 재작년에 스탠포드와 함께 1위 자리를 차지했는데요, 보이콧 결정의 첫 주자가 예일입니다. 콜롬비아 로스쿨의 경우 4위였다가 8위로 떨어지면서 보이콧에 동참했습니다. 이런 보이콧이 있었음에도 이번 2023-2024 랭킹에도 보이콧에 참여한 학교가 순위에 오른 것을 보면, 승패를 가르는 경기는 아니지만, 누가 승리를 한 것인지 도대체 알 수 없습니다.
사실, 많은 명문 로스쿨과 매디컬 스쿨이 순위를 신뢰할 수 없고, 불공정하다며, 수년간 US 뉴스 랭킹 측을 비판해 왔고, 랭킹에 쓰일 자료 제출을 거부하면서 2023-2024년 순위를 보이콧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올해는 보이콧에 참여한 학교들이 랭킹에서 빠진 채 순위 발표를 하지 않을까 예상했지만, 올 한 해는 우여곡절 끝에 표면적으로는 잘 마무리된 것 같습니다.
이런 논란은 항상 히스토리가 궁금하니 보이콧의 시작에 대한 얘기를 해 보겠습니다.
발단은 작년 11월에 예일대 로스쿨의 학장이 US News의 랭킹 평가 방법에 대한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예일대 공식 홈페이지에 기고하면서 논란이 커지기 시작했습니다. 수십 개의 명문 로스쿨과 의대가 출판물과 데이터를 US News 랭킹에 제출하는 것을 거부하였고, 랭킹이 공정하지 않고, 교육의 우선순위를 왜곡했다고 주장하면서 보이콧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 논란의 주인공, 예일대 로스쿨의 학장 Heather Gerken이 주장했던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봐야 하는데요. US News & World Report는 매년 영향력 있는 로스쿨의 랭킹을 발표해 왔고, 예일대는 이 랭킹에서 매년 1위를 차지해 왔지만, 거켄 학장은 순위 체계의 결함이 학교의 핵심 가치와 간섭할 위험을 가져왔기 때문에 보이콧을 결정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매년 1위를 하던 예일 로스쿨이 굳이 왜 이런 논란을 만들었을까 이해가 가지 않을 텐데요. 사회적 이슈를 만들어서 자신의 가치를 더 높일 필요가 있거나 아니면, 정치인이 되려고 하나 뭐 그런 생각도 잠깐 들긴 합니다만, 순수하게 대학의 학장으로서만 그녀를 바라보고, 그 주장을 이해하면, 로스쿨이 나아가야 하는 방향, 학생들을 진정으로 위하는 게 무엇인지 정확히 사회에 인식시키는 계기를 만들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최근 몇 년 동안 예일 로스쿨을 더 나은 장소로 만들고자 노력과 자본을 투자해왔고, 공공이익을 추구하는 학생들을 장려하고 지원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합니다.
그러나, US 뉴스 랭킹의 방법론에서는 이런 공공이익 인턴십을 추구하는 학생들을 덜 중요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랭킹에서 이런 공익적인 부분을 배제해 버리면, 로스쿨들이 공익 분야의 직업을 추구하는 학생들이 더 높은 급여를 받는 민간 분야의 경력을 쫓는 것이 낫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미국은 많은 사람들이 변호사들을 ‘프로 보노’ 활동을 통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모범적 시민으로 간주합니다. ‘프로 보노 (Pro bono publico)’에서 유래한 용어로, ‘공익을 위해’라는 의미를 가지는데요. 변호사나 다른 전문가가 자발적으로 무료로 법률 서비스나 전문적인 도움을 제공하는 활동을 말합니다. 경제적으로 취약한 사람들이나 비영리 단체, 사회적 기업 등에 법률적인 지원을 제공함으로써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려는 목적으로 이루어지는데, 로스쿨의 공공 이익에 관한 이런 가치를 어떻게 언론사의 랭킹에서 함부로 훼손할 수 있을까 싶습니다.
로스쿨이 사회취약 계층 학생들에 대한 장학금 비율이 높거나 공공 이익 인턴십을 추구하는 학생들을 장려하고 지원할 경우 오히려 랭킹에서 좋지 못한 점수를 받는다는 의혹은, 로스쿨이 추구하는 사회경제적 다양성을 높이고자 하는 원칙에 반한다고 여길 수밖에 없습니다.
US 뉴스 랭킹에서는 학교가 제공하는 상환 부채 프로그램 (Loan Forgiveness Programs)을 평가 방법에서 포함하지 않는데, 이는 급여가 낮은 공익적 일을 찾는 학생들을 위한 학생 부채를 실질적으로 완화하거나 완전히 없앨 수 있어서 순위의 신뢰성을 더욱 왜곡시킬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랭킹 시스템 내에 있는 중간 테스트 성적에 두는 중요성을 비판하는데요. 미국 대학원에 입학하려면 기본적으로 GRE 시험을 봐야 하고요. 로스쿨은 LSAT(Law School Admission Test)를 봐야 합니다. LSAT와 GRE가 로스쿨 지망생들을 위한 표준화된 시험 역할을 하지만, 문제는 시험에 대한 획일성이 소수자나 저소득층 학생들이 직면한 불평등한 배경을 설명하지 않는다는데 있습니다. 국내 학생이라면, 이해를 할 수 있을 텐데요. 이런 입학시험을 준비하려면, 학원비, 교재비, 온라인 학습비, 개인 과외 등 쉽게 총 수천 달러를 써야 높은 점수를 얻을 수 있습니다. 확실히 이런 돈 먹는 하마 격인 입학시험의 준비는 금수저가 흙수저보다는 유리한 고지에 있습니다. 바로 이 부분을 지적하는 것입니다. US News 랭킹이 다양성을 고려하지 않고, GRE나 LSAT의 중앙 시험 성적(Median Test score)에 과도하게 중요성을 두기에 이런 점수가 높은 학생들을 받아들이고, 장학금을 제공하는 데에 초점을 맞추게 되어 다양한 배경을 가진 학생들과 금전적 지원이 필요한 학생들을 간과한다는 것입니다.
여기까지 예일대학교 학장이 US News가 사회적 약자를 위한 장학금 비율과 공익적 직업을 위한 지원을 고려하지 않는 US 뉴스 랭킹은 사회경제적 다양성을 향상하려는 로스쿨의 원칙과 맞지 않다고 주장했던 이유입니다.
US News 랭킹에서는 ‘T14 Schools’라는 비공식적인 카테고리가 있습니다. 이는 매년 순위가 크게 흔들리지 않는 상위 14개 학교를 가리킨 말입니다. 상위 14에 드는 예일, 하버드, 조지타운, 스탠퍼드의 보이콧 결정은 이 목록의 신뢰성을 당연히 훼손시키는 것은 물론이고, 상대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낮은 순위 학교들이 유사한 결정을 내리는데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예일은 매년 1위를 해왔고, 하버드 역시 Top 5에 드는 대학이고, 이들이 가담한다고 너도 나도 보이콧에 따를 수는 없습니다. 예일과 하버드와 달리 역사적인 평판이 없는 학교들은 불참에 참여하면 순위가 하락할 위험이 따릅니다. 순위 하락은 해당 학교의 인식에 큰 영향을 미치며, 입학 지원자 풀(pool)이 약화되는 결과를 초래하기에 낮은 랭킹의 학교들은 고민이 많았을 겁니다.
올해 US News가 무사히 발표되어 이런 학교들은 엄청 안심했을 것 같은데요. 이런 랭킹회사들을 좋아하거나 싫어하거나 상관없이, 순위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2021년 블룸버그 법률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0%가 순위가 어떤 로스쿨에 입학할지 결정하는 요소라고 밝혔다고 합니다. 그러니, 콧대 높은 T14의 로스쿨도 보이콧만 하고 있을 수만 없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매디컬 스쿨 역시 하버드를 비롯해서 보이콧에 참여하면서 US News도 더 이상 문제를 회피하기만 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US News가 칼리지와 대학들의 랭킹을 발표하기 시작한지 40년이 되었고, 고등교육 관계자들은 25년 넘게 대학과 대학원의 연례 랭킹 발표에 대해 비공개적으로나 공개적으로 US News & World Report를 비판해 왔지만, 인기 많은 이 랭킹과 협력도 계속해왔습니다. 이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포브스의 올해 4월 22일 기사를 보니, 예일대 로스쿨 거르컨 학장님이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말씀을 하셨더라고요.
“Yale Law School has never paid attention to the U.S. News & World Report rankings, and after everything we have seen over the last year it has only cemented our decision to walk away.”
“예일로스쿨은 U.S. 뉴스 & 월드 리포트의 순위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고, 작년 동안 우리가 목격한 모든 것은 우리가 떠나기로 한 결정을 더욱 굳혔을 뿐입니다” 라고.
이미 마음이 아주 멀리 떠나셨다는 발언이네요.
US News & World Report의 로스쿨과 매디컬 스쿨의 랭킹 발표 내년은 과연 안전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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